Perfume 불가리 뿌르 옴므 오 드 뚜왈렛 100ml 14만원대.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개인 소장품
어려운 분을 모셨다. 올림픽 이후 첫 인터뷰라는데, 영광이다.
글쎄, 영광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영광이지! 대한민국 하계올림픽 역사상 첫 삼관왕 아닌가. 자유형 100미터 결승 땐, 전국이 선우원으로 떠들썩했다.
‘했다’보단 ‘하다’가 맞지 않을까. 농담이고, 예상했던 결과다. 남은 경기까지 다 끝내고 귀국했다면 사관왕도 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다음 올림픽 땐 더 무겁게 돌아오겠다.
자신감이 대단하다. 사실 더 놀라운 건 얼굴이다. 4년 전 봤던 소년의 모습은 다 어디갔는지 놀랍다. 오늘도 메인을 고를 수 없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런 것치곤 B컷이 많던데(웃음) 아무래도 나는 전문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다행히 촬영장이 어둡고 푸른 조명이 가득해 집중하기 좋았다. 나중엔 새벽에 혼자 수영하는 상상을 했는데, 내 생각을 눈치챈 건지 누구는 음악이 아닌 물소리를 틀어주더라.
이번 ‘불가리 뿌르 옴므’의 새 얼굴로 발탁된 걸 다시 한번 축하한다. 화보와 함께 찍은 광고는 전세계로 동시 송출된다던데, 비결이 뭔가.
나는 메달의 후광이라고 생각하는데, 뒤에서 얼굴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비결은 없다. 하면 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나한테 제의가 들어온 것도 여러 조건이 부합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니면 소속사 능력이 좋다던지.
굉장히 솔직하다(웃음)
마음에 없는 소리는 나오지 않는 사람이라.
그래서 선우원이 ‘불가리’의 얼굴이 된 게 아닌가 싶은데, 평소 향수를 애용하는 편인지 궁금하다.
전혀. 하루종일 물속에서 사는 사람이 향기나서 뭐하나 싶었다. 어차피 하루에도 몇 번씩 샤워하기 때문에 쓸 필요도 없었고.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다. 샤워한 뒤에도 잊지 않고 향수를 뿌린다.
혹시 불가리 모델이라 향수를 쓰기 시작한 건지 묻고 싶다.
아니, 그 사람한테 내 흔적이 오래도록 남았으면 해서.
향기가 남길 바란다니! 이렇게 연애 소식을 밝혀도 괜찮은 것인가.
내가 연애를 안 한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할 텐데.
연애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밝히는 것 같다. 연애를 하는 선우원은 어떤 사람인가?
남들 눈에 비치던 나는 완전히 사라지고, 머릿속엔 그 사람만 가득하다.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저지르고, 돌이키려 한다. 동시에 돌이키지 않아도 괜찮은 척한다. 단 한 번도 괜찮은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의미가 함축된 대답 같다. 혹시 선우원의 향기를 독차지하는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가?
맞다. 내 인생에서 유일한, 그 사람.
무척 로맨틱하다(웃음) 그럼 선우원이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내가 가장 나쁜 사람인 것.
나쁜 사람이라니, 나쁜 남자를 말하는 건가?
애매하고 시시하게 구는 집단과 다르다. 나는 그 사람의 어떤 일도 나보다 나쁘지 않기를 바란다. 단지 그뿐이다.
상당한 소유욕이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선우원이야 말로 영원한 사랑의 결정체가 아닌가 싶은데.
당연하다. 내가 먼저 끝내지 않는 이상 내 사랑은 영원할 테니까.
연애하는 선우원이 그렇다면, 수영선수 선우원은 어떤 사람인지 묻고 싶다. 오래 전, 인터뷰에서 밝힌 수영의 계기가 남달랐던 것으로 아는데.
그 당시 내 주변은 소음과 고함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물속으로 들어간 뒤로부턴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찾던 고요가 물속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지금까지 수영을 한 것도 전부 내가 물속에 있어야만 살 수 있었던 사람이라서다.
지금은 아닌 것처럼 들리는 대답인데, 혹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 것인가.
변화를 바란 적도 없는데, 변했다. 물속에서나 만끽하던 고요는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고 없다. 고요를 잃어버린 내가 살 수 있는 건, 그 사람 옆에 있을 때 뿐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얄궂은 운명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선우원이 사랑을 시작한 것이 아닌가.
어떤 의미론 죽음이 선사한 운명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죽음도 갈라 놓지 못하는 사랑을 안다. 설령 죽음이 나를 죽이더라도 사랑 만은 죽이지 못할 거란 것도.
'선우원, 불가리 그리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주제와 딱 맞는 대답이다. 죽음도 갈라 놓을 수 없는 사랑, 그 사람이 참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불가리의 열정으로 빚어 만든 듯한 선우원은 촬영장에 등장한 순간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4년 전 우리가 기억하던 소년이 아니었다. 그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뒤를 돌아보게 하는 완벽한 남자였다.
검은색 셔츠를 입고 야경을 등진 채 카메라에 담긴 선우원은 무척이나 위험했다. 당장이라도 목을 물어뜯을 것처럼 날카로웠으며, 바닥에 무겁게 깔리는 분위기는 모두를 숨죽이게 했다. 선우원은 그의 영원한 사랑인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르러서야 비로소 서늘한 눈동자에 감정을 담았다.
일렁이는 바다 같던 선우원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운 채, 낮은 목소리로 짙은 사랑을 고백했다. 듣는 이로 하여금 영원한 사랑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감정을 중화시킨 것은 그가 뿌린 불가리 뿌르 옴므 오 드 뚜왈렛이었다.
불가리 뿌르 옴므 오 드 뚜왈렛은 거대한 해일처럼 순식간에 들이닥쳤다가 모래사장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처럼 넓게 흩어졌다. 톡 쏘고 지나가는 스파이시한 카다멈도 잠시, 해무처럼 묵직하게 그의 주변을 에워싸는 머스크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지 궁금해하던 선우원의 마지막처럼 아름다운 동시에 결코 잊을 수 없는 향기였다.
Credit
Photographer Kim Seowon
Stylist Rachel Kim
Hair&MakeUp Gong Hyena
Editer Pisa